[채용비리, 그 후] 강원랜드 채용 비리 피해자의 씁쓸한 입사

입력 2019-04-05 12:22   수정 2019-04-05 14:17


[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0차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강원랜드 기획조정실장 최 모씨는 “최흥집 강원랜드 전 사장이 권 의원의 보좌관인 김 씨의 이력서를 주면서 채용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최 전 사장이 권 의원과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에게 채용을 청탁했음을 시인한 바 있기에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인 것으로 보인다. 



△ 권성동 의원에게 채용비리 가담 여부를 물어 화제가 된 개그우먼 강유미. (사진제공=SBS)


현재 권 의원은 2012~13년까지 최 전 사장에게 자신의 보좌관을 비롯해 11명을 강원랜드에 부정 채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강원랜드를 둘러싼 채용비리 의혹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4일 강원랜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2019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에서 혁신경영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혁신경영을 통한 사회발전 기여도와 브랜드 신뢰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대상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2~13년 강원랜드 합격자 518명 중 493명이 채용 청탁 대상자였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난 지 2년, 강원랜드는 채용비리 그 후 제 자리를 다시 찾아가고 있는 것일까.

 

인·적성 검사 전부 찍어도 합격

비리 여파로 재기능 못한 3000만원짜리 시험문제 

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은 강원랜드는 지난해 5월, 2013년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 채용을 실시했다. 당시 피해자 3198명을 대상으로 한 특별채용은 이 중 225명을 합격시키며 마무리됐다. 채용은 지원자의 신상정보나 불필요한 스펙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로 이뤄졌으며 서류 전형, 인·적성 검사, 면접 등의 수순을 거쳤다. 

2013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피해자였던 A씨도 특별채용을 통해 5년 만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합격에 의구심을 품었다. 당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에 별다른 채용 준비를 할 수 없었던 A씨가 인·적성 시험의 답안을 전부 무작위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A씨와 함께 특별채용에 응시한 친구 B씨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B씨의 경우 여러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등 면접까지 망쳤다고 생각했기에 합격이 더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두 사람이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인·적성의 합격 커트라인 점수가 20점대였기 때문이다. 2014년 강원랜드 공채 인·적성 합격 커트라인이 80.1점 이었던데 비하면 무려 60점이나 낮다. 최종 합격 이후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피해자 구제가 너무 늦게 이뤄진 바람에 특별채용이 열려도 다들 응시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경쟁률이 낮아졌고, 그래서 이득을 본 거 같다. 하지만 어디 가서 당당하게 합격 사실을 말하기는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A씨의 말처럼 당시 특별채용 경쟁률은 1.3대 1로 225명을 뽑는데 285명이 지원해 매우 낮았다. 시험은 물론이고 면접까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말한 B씨의 합격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 염동열, 권성동 의원이 자신에게 채용 청탁을 했다고 증언한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사진=한경DB)


두 사람의 합격은 기존 공채 합격자와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강원랜드가 회사에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 준비한 인·적성 시험을 스스로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원랜드는 인·적성 문제 출제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3000만원을 들여 의뢰를 했다. 채용 비리가 벌어졌던 2012~13년 당시에는 인·적성 점수 때문에 채용 청탁 대상자들이 대거 탈락 위기를 겪자 인·적성 점수를 합격의 당락이 아닌, 참고 수준으로만 사용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꿔 시험을 공염불로 만들었다. 2018년 특별채용에서는 그때의 여파로 입사 경쟁률이 처참하게 떨어지면서 지원자들이 시험을 보는 의미 자체가 없어졌다. 5년 만에 늦은 입사를 했지만, 아직도 마음이 시원치 않다는 B씨는 “피해자 구제를 한다니 응시는 했지만, 앞으로 깔끔하게 비리가 정리되지 않으면 과연 강원랜드에 누가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싶다”고 토로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다시 시작해야

강원랜드는 현재 채용비리 사태를 조사하고 계속해서 정리하면서 조직을 재정비 중이다. 지난해 5월 세워진 ‘열린혁신위원회’를 통해 인사 및 조직을 혁신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까지 채용비리 연루자 229명을 퇴출하고, 12월에 추가로 혐의가 밝혀진 9명의 채용도 취소시키면서 어긋난 인사시스템을 다시 붙잡겠다는 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 3월 31일 KT정기주주총회가 열린 KT연구개발센터 앞에서 채용비리 의혹을 규탄하고 있는 청년정당 미래당 당원들. (사진=한경DB)


지난해 11월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는 비리로 얼룩진 강원랜드의 체질을 단번에 개선할 발판으로 여겨졌다. 같은 해 2월과 5월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수사하던 안미현 검사가 수사외압을 받은 바 있다고 연달아 폭로한 뒤였다. 당시 안 검사의 폭로에도 압력을 가했다고 혐의를 받은 권선동, 염동열 의원 및 검찰 고위 간부 등이 무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힘들게 합의된 국정조사에 거는 기대는 더 컸다. 그러나 여야는 각 당의 의원들이 연루되었다고 의심되는 공공기관이 단두대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워 조사 자체를 유야무야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누구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이 KT에 부정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성역 없는 조사를 바라며 간절하게 취업을 꿈꾸는 취업준비생들은 더욱 실망스러울 뿐이다. 

moonbl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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